1. 10  **님이랑 만났다. 즐겁기도 즐거웠지만  편하고 환기되는 날이었다. 좋아하는 것에 대해 투정하고 대화하고 나누고 자잘한 이야기를   있다는   감사한 일이다. 재민이에게 이런 점은 감사하다. 좋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연을 맺어줬다는 . 재민아 고마워. 

 

 

 





 

 

 

 

2. 동생이 결국 방을 치우고 있다. 허락하지 않은 타인이 내 물건에 나 모르게 손 대는 거 싫어해서 맘에 안 들긴 하는데 내 방이 그냥 더러운 게 아니기도 하고… 어쩔 수 없어서 그러려니 하는 중이다. 책장에 빈 공간이 없어 책을 넣을 수가 없다. 책은 책장이 아닌 곳에 쌓여가는데 나는 계속해서 책을 사고 있다. 맘의 여유도, 돈도 없는데 재민이를 계속해서 사랑하고 있는 것처럼. 여유가 없는데도 계속해서 좋아하는 것을 모으고 있다. 언젠가는 후회하겠지. 그렇지만 얻지 못하는 것이 더 후회스러울지도 몰라. 이북을 사면 되지만 나는 손에 잡히는 게 더 좋으니까.

 

3. 담배갑이 엄청 나왔다. 2년 동안 소비한 담배갑은 얼마나 될까. 

 

4. 책장에 들어가지 않은 책은 책상에 놓였다. 아니면 바닥에 놓여버리거나. 그 책들을 노트북에 필사하곤 했는데 웃긴건 그 파일이 어디갔는지 모르겠다. 필사하는데 꽤 공을 들였는데. 노트북으로  좋아하는 것을 필사해둬서 좋은 점은 나중에 읽고 싶을 때 쉽게 찾을 수 있다는 점과 오래 기억하고 그만큼 자주 들여볼 수 있다는 점이다. 좋은 문장들 속을 거늘고 싶다. 나를 계속해서 좋아하는 것들에 파묻고 싶다. 그렇게 안 살면 미쳐버리거나 견디지 못할 거다.

 

5. 안경이 없으니까 진짜 불편한데 안경 맞추러 갈 돈도 없고 ㅠㅠ 말해볼까. 향도 사려고. 이제는 문 열고 초든 향이든 피워야 하는 계절이라서.

 

6. 내 얼굴이 우울해보인대서 원래 나는 그런 표정인데 싶었다. 그런데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니까 내가 참 슬퍼보였다. 나는 슬픈 얼굴로 살아왔구나.

 

7. 룸메가 글라스데코를 엄청 사들였다. 나도 껴서 몇 개 채색했다. 재민이와 관련된 것들과 전갈, 빨간망토를 칠했다. 재민이는 용띠고, 사자자리고, 자신을 토끼로 모에화 한다.

 

8. 좋아하는 시를 다시 떠올리니까 내가 잊고 산 것들이 또 떠올랐다. 자주 잊게 된다. 그만큼 많은 것들이 들어오나 싶어서 생각해보니 그런 것도 아니다. 10개를 새로 알게 되면 20개를 잊게 된다. 어떡하니 나는.

 

9. 넌 앞으로도 항상 내 거야.

 

10. 하고 싶은 말이 뭔지 모르겠다. 그런데 하고 싶은 말은 많다. 어쩌면 많이 말하고 싶은 걸지도 모르지.

 

11.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나의 허를 찌른 시.

 

 

 

 

 

T O P
MYOYOUN SKIN